Issue 143, Aug 2018
아드리안 비야 로하스
Adrián Villar Rojas
사라짐의 존재론
쨍하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로 펼쳐진 너른 들판, 그곳에 띄엄띄엄 십자가를 닮은 조형물들이 놓였다. 멀리서 보면 허수아비인 듯도, 말뚝인 듯도 보이던 조형물들에 가까이 다가가면 킹크랩의 집게발, 솔방울, 흙, 나뭇가지, 수박, 호박, 구체 조형물 등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덕지덕지 씌워진 예수상들이 각각 박혀 있다. 2014년, 아르헨티나 작가 아드리안 비야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가 강원도 철원의 DMZ 접경지역인 양지리 마을에 머물며 선보인 작업, [전쟁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일부 풍경이다. 작가는 점토, 시멘트, 자연물 등 쉽게 부패되고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재료들, 하지만 유기적으로 살아 숨 쉬는 재료들을 예수상이라는 영구적이고 상징적인 도상과 결합시키면서 관람객에게 ‘사라짐의 존재론’이라는 역설적 개념을 선사한다.
● 문선아 객원기자 ● 사진 아드리안 비야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 제공
'Return the World' 2012 ‘DOCUMENTA 13’ at Weinberg terraces, Kassel, Germany Courtesy the artist, kurimanzutto, Mexico city and Marian Goodman Gallery, New York/Paris/London Photo credit: Jörg Baumann